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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통 복식의 아름다움과 올바른 전승에 힘쓰는 숨은 일꾼

2021-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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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통 복식의 아름다움과 올바른 전승에 힘쓰는 숨은 일꾼
'단국대학교 석주선기념박물관 이명은 학예연구사'

    무병장수를 염원하는 마음을 담은 배냇저고리부터 단아하면서도 화려한 혼례용 옷, 생을 마칠 때 입는 수의까지. 전통 복식에는 우리나라의 역사와 선조들의 생활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시간의 흐름 속에 묻히기 쉬운 복식 유물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되살려내는 숨은 일꾼, 이명은 학예연구사를 만나 한국 전통옷의 아름다움과 올바른 전승에 대해 들어보았다. 


우리 전통 옷과 유물에 대한 깊은 애정
    우리나라 전통 복식의 메카인 단국대학교 석주선기념박물관(이하 석주선기념박물관)은 한국 복식 1세대 학자인 석주선 박사가 평생에 걸쳐 모은 복식 관련 유물 3,365점을 기증해 1981년 개관한 곳이다. 이곳에는 조선 제23대 국왕 순조의 딸인 덕온공주가 혼례 때 입었던 화려한 자태의 원삼을 비롯해 광해군의 비 유씨가 입었던 당의 등 총 1만 2,000여 점의 복식관련 유물이 소장되어 있다. 이명은 학예연구사는 이곳에서 15여 년 동안 유물복원과 전시기획 등의 일을 해 온 복식 복원전문가이다.
 
석주선기념박물관에는 복식 관련 유물이 1만 2,000여 점 보관되어 있다.  단국대학교 개교 20주년을 기념해 개관한 석주선기념박물관은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발굴하고 보급하는데 노력해 왔다.  현재 유물의 특성에 맞는 전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5개 전시 공간 및 첨단 수장고를 갖추고 있다. 
박물관위치 : 경기도 용임시 수지구 죽전로 152 / 관람시간 : 1일 2회 개관(오전 10시~12시 / 오후 2시~4시) 문의 : 031-8005-2089 

    “학예연구사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소장품에 대한 관리와 전시기획, 학술 연구 등을 수행하는 일을 합니다. 유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겐 좋은 직업이죠. 20여 년 전 이곳에 첫발을 디딘 후 지금까지 오랫동안 일할 수 있었던 것도 이 일을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민속복식 분야의 유물 출토와 복식 유물 분석 연구, 복원, 소장 유물관리, 전시기획과 해설 등의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석주선기념박물관은 우리나라 최초로 출토 복식을 다루기 시작한 곳이다. 1980년대 전국에서 무덤 이전 사례가 발생하면서 국내 유수 박물관에서 가져가지 않은 출토 복식을 석주선 박사가 이어받았다. 이후 석 박사는 제자들과 함께 유물들을 손수 복원해 계승해 왔다. 석주선기념박물관은 박사의 뜻을 이어 지금도 매년 출토 복식 특별전과 심도 있는 학술발표를 진행하며 40여 년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고전 드라마의 복식 고증, 현대 한복의 디자인과 직물 패턴, 문화상품 개발 등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명은 학예연구사는 전통 복식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한길을 걸어온 석주선 박사처럼 우리 복식 복원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우리나라 전통 옷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한다. 
전통 복식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 디딤돌
    우리나라 전통 옷을 복원하는 일은 지난한 과정의 연속이다. 옛 여인들이 종일 옷감을 짜고 한땀 한땀 손바느질을 했듯이 심혈을 기울여야 비로소 완성된다. 그 때문에 전통 복식에 대한 깊은 애정과 사명감, 전문 지식을 갖춘 사람만이 이 일을 할 수 있다. “현재 전국의 박물관에서는 출토 복식 등 다양한 복식 유물이 소장·전시되고 있지만, 복식 유물이 장기간 전시되면서 심각한 손상이 발생하고 있어요. 유물의 안전한 보존과 계승을 위해서는 체계적인 복원 작업이 이뤄져야 합니다. 유물과 유사하게 제작해 대체할 수 있는 복식 제작도 필요해요. 대체 전시물은 일반인이 우리 전통 옷의 특성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며, 우리 복식이 현재에서 미래로 이어나가는 디딤돌 역할을 합니다.”
 
석주선기념박물관의 복원품들을 통해 우리나라 500년 의생활의 다채로움을 엿볼  수 있다

    석주선기념박물관에서는 지난 1997년 ‘조선조 치마·저고리 특별전’(석주선 박사 1주기 추모 전시)을 개최했다. 이 전시는 국내 최초로 유물의 직물을 복원해 주목을 받았다. 당시 석주선 박사는 투병 중임에도 불구하고 출토 복식 중 대표적인 3종류의 무늬 직물을 사비를 들여 제작했다. 출토된 옷은 대부분 직물의 손상이 심해 형태와 색상이 없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그 당시의 복식 문화를 온전히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 전시를 기점으로 복원할 때 시대에 맞는 무늬와 직물 사용하게 되었다. 또 복원 직물의 제작 과정은 한복 옷감 문양 디자인의 발전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유물과 동일한 재료와 기술을 사용하는 ‘유물 복원’은 유물의 현재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는 ‘현상 복제’와 현재 유물이 훼손되어 있더라도 복식을 제작했던 초기 상태로 복원하는 ‘원형 복원’ 방식이 있어요. 2004년에는 ‘밀창군 이직묘 출토 복식전’이 열렸는데, 밀창군 묘에서 출토된 조복을 학계 최초로 현상 복제와 원형 복원품을 제작해 화제가 됐어요.” 이 전시는 장기간 전시되면서 손실된 유물을 현상 복제하고 출토된 옷에서 볼 수 없었던 형태와 색상 등을 유물에 알맞게 적용해 동시대 사람들의 의생활 패턴을 사실적으로 소개해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2006년에는 석주선 박사 10주기 추모 기념으로 ‘조선시대 우리 옷의 멋과 유행전’이 개최됐다. 1차로 16~20세기까지의 유물을 분석하고, 2차로 문헌과 풍속화 대조 등을 통해 만든 복원품을 모델에게 직접 입혀 우리나라 500년 의생활을 다채롭게 보여주었다. 
 
해평윤씨묘 출토 당의와 그 복원품

    “2013년에 열린 ‘영릉 참봉 한준민 일가묘 출토 유물전’을 위해 진행했던 복원 작업이 가장 힘들었어요. 이 전시는 영릉 참봉 한준민과 며느리 평양 조씨의 유물 74점을 통해 조선시대 솜옷과 누비옷의 재봉기법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특별한 전시였습니다. 2003년경 문중에서 유물을 직접 수습해 박물관에 기증했는데, 오랜 세월과 토양 등의 영향으로 겉감인 견직물이 모두 없어지고 안감인 솜과 면직물만 남아 있었죠. 기증을 받으면서 문중과 전시를 약속했지만, 안감만 남아 있는 옷을 복원하는 일은 정말로 막막했어요. 몇 달 동안 유물을 보며 분석해 보니 유물에서 솜옷과 솜누비옷의 재봉기법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유물 분석 후 석주선기념박물관에서는 국내 최초로 5가지 유형의 조선시대 누비옷 솜두기 기법을 확인했다. 이 방법을 사용해 국가무형문화재 누비장 김해자 보유자와 그 제자들이 누비옷을 복원해 냈다. 2년 전에는 ‘전주 이씨 이헌충(수도군판 5세)과 부인 안동 김씨묘 출토 유물전’을 개최했다. 이 전시에서는 바지 가닥이 3개로 이뤄진 ‘세 가닥 바지’와 복원품들이 관람객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세 가닥 바지’는 남성 방한용 기능 바지로 1500년대 전후의 무덤에서 발견되며 전국에 총 9점의 유물만 존재할 정도로 희소한 유물이다. 
한국복식사 계승과 발전에 기여하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조선시대 복식 유물을 소장하고 있는 석주선기념박물관은 우리 선조들의 의생활 스토리를 다양한 방식으로 대중에게 선보이고 있다. 특별전과 학술대회를 통해 매년 새로운 전통 복식을 소개하고, 또한 그동안 축정된 유물과 연구를 바탕으로 국가에서 지정한 문화재의 대부분이 석주선기념박물관을 통해 복원복제되어왔다. 한국 복식사를 새롭게 정립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명은 학예연구사는 우리 옷의 아름다움을 복원하는 일에 사명감을 갖고 있다.

    학술지 『한국복식(韓國服飾)』과 관람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제작되는 전시 도록은 한국 복식의 세계적 흐름을 이해하는 이정표가 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들 도록은 전통 한복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선조들의 멋과 패션 감각을 엿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지난 2015년 5월에는 구글 컬처럴 인스티튜트의 아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또한 2017년 구글 아트 앤 컬처 ‘우리는 문화를 입는다’ 프로젝트에 참여해 우리 전통 복식을 누구나 편리하게 온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게 했다.
    석주선기념박물관은 2015년과 2016년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전시 지원 사업 우수기관으로 선정됐으며, 2018년도 ‘K-museums 우수 사업관’에도 이름을 올렸다. 『분홍 단령의 비밀』, 『어진에 옷을 입히다』 등 한국 복식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하는 다양한 도서를 발간해 전통 복식 이해의 폭을 넓히고 있다. “석주선기념박물관의 숨은 일꾼으로 일하는 모든 순간이 의미 있고 행복합니다. 학예연구사로 일해 온 전문성을 기반으로 앞으로도 우리 옷의 대중화를 위해 기여하고 싶어요.” 이명은 학예연구사를 비롯해 우리 옷의 아름다움을 복원하는 이들의 열정과 석주선기념박물관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한국 복식사의 계승과 발전이 이어져 나가길 기대해 본다.